수필

에세이 | 너라는 문장 - 多原

多原(다원) 2025. 6. 23. 16:18

에세이 | 너라는 문장


한가로운 휴일 오후
햇살이 느리게 커튼을 넘는다.
차분한 공기 속에서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을 펼친다.
그 안에 있는
너를 닮은 페이지.

몇 번이고 되돌아와
조용히 머무는 문장들.
읽을 때마다 새롭고
그럼에도 내 마음 어디쯤엔
이미 뿌리내린 느낌.

그래
너를 읽다 보면
문득 밑줄을 긋고 싶어지고
가슴 깊이 접어두고 싶어진다.
잊히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이젠 눈을 감아도
너의 말투, 눈빛, 고요한 웃음까지
또렷하게 그려진다.
너를 빼고 나를 설명한다는 건
왠지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하나라고 하긴 어렵고
남이라 부르기엔
조금 아픈 사이.
그래서 더 애틋하고, 그래서 더 조용히 아프다.

오늘도 나는
너라는 페이지를
말없이 접는다.
읽고 싶은데
더 이상 읽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으로.

너는 나만의 비밀이야.
마치 책갈피 속
잊지 못할 한 문장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 안의 따뜻한 한숨.

사람들은 말하지,
책은 세상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나는 너라는 문장에서
나를 배웠고,
사랑을 알았어.

책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너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몰라.
조용히 펼쳐 읽는 이 시간,
가장 나다운 내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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