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원히 함께 가요 - 수필집(多原)
우리, 영원히 함께 가요 - 수필집(多原)
프롤로그
우리는 누구와 함께 걷고, 또 누구를 마음에 품고 살아갈까.
삶은 수많은 인연의 교차로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인연은 스쳐가고, 어떤 인연은 머문다. 그리고 아주 가끔, 함께하는 그 시간이 멈춰버리기를, 영원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생긴다.
이 수필집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함께 걷던 사람, 영원을 약속했던 순간, 이별한 후에도 내 마음속에 남은 이름들.
모든 순간은 흘러가지만, 그 감정만큼은 내 안에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 영원히 함께 가요.
그 한마디를 마음속으로 수천 번쯤 외쳐보았던 당신을 위한 이야기.
우리, 영원히 함께 가요
1부. 함께 걷는다는 것
1. 첫눈 오는 날의 약
첫눈이 온다는 소식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어울리는 창가에 앉아, 소복이 내려앉는 흰 눈을 바라보는 순간은 마치 오래전 기억 속으로 미끄러지듯 나를 데려간다.
그날도 첫눈이 왔다. 학교 운동장 끝자락, 벤치에 앉아 있던 너는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책가방을 던져두고 달려가 “야! 첫눈 온다!”라고 외쳤다. 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아무 일도 아닌 듯, 그렇게 함께 눈을 맞았다.
"첫눈 오는 날, 함께 있는 사람이 진짜 인연이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너는 "그럼 우리, 진짜 인연이네?" 하고 웃었다. 나는 장난인 듯 진심인 눈으로 네 얼굴을 보았다. 그게 그렇게 오래 기억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연락은 끊겼고, 삶은 각자의 계절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마다 첫눈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너였다. 마치 그날의 우리가, 눈 내리는 벤치 위에 영원히 남아 있는 것처럼.
올해도 첫눈이 내렸다. 네가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부디 그날의 약속처럼 따뜻하고 평안하길 바란다. 비록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영원히'였다. 적어도 내 마음 속에서는
2. 엄마의 발걸음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 손을 잡고 시장에 가는 걸 좋아했다.
비닐봉지에 담긴 따뜻한 풀빵 냄새, 상인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내 키보다 훨씬 큰 엄마의 발걸음.
엄마는 늘 앞에서 걸었고, 나는 그 발뒤꿈치를 따라 걸었다.
때로는 너무 빠르게 걷는 엄마를 따라잡느라 숨이 차기도 했지만, 그 발걸음이 멀어질까 봐 겁이 났다.
이제 내가 걷는 길은 엄마와 조금 다르다.
엄마는 내 손을 더 이상 잡지 않지만, 그 발걸음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방향을 알려준다.
힘들 때, 주저앉고 싶을 때, 나는 여전히 엄마의 발소리를 들으며 일어선다.
함께 걸어온 시간들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엄마, 우리 영원히 함께 걸어요. 내가 이제 당신을 이끌 차례니까.
3. 천천히 걷는 법
사랑은 같은 속도로 걷는 일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땐, 나는 늘 빠르게 걷는 사람이었다.
목적지만 중요했고, 지름길을 찾아가는 게 익숙했다.
그는 느렸다.
걷다가 꽃을 보면 멈췄고, 햇살이 예쁘면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그런 그가 답답했지만, 어느새 나도 걸음을 늦추고 있었다.
함께 걷는다는 건 단순히 발걸음을 맞추는 일이 아니었다.
서로의 시간과 감정을 존중하며 기다려주는 일이었다.
그와 함께 걷는 동안 나는 비로소 ‘지금’이라는 시간을 배웠다.
지금도 우리는 가끔 속도가 다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여전히 우리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천천히라도, 함께라면 우리는 언제나 제자리에 도착하리라는 믿음.
2부. 영원히 믿는 순간들
4. 우리가 찍은 사진 한 장
그날 우리는 아무 계획 없이 길을 걸었다.
카페 앞에서, 공원 벤치에서, 지하철 계단에서.
별것 아닌 순간들이었지만, 너는 내내 웃고 있었고 나는 그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찰칵.
사진 한 장.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그날의 공기가 떠오른다.
너의 표정, 내 마음, 우리가 나눴던 말들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시간은 지나도 사진은 바래지 않는다.
우리는 변했지만, 그날의 우리는 지금도 그 안에서 웃고 있다.
어쩌면 사진이란 그런 것 같다.
영원할 수 없는 순간을 영원처럼 붙잡는 작은 마법.
그리고 나는 그 사진 속 너와, 지금도 함께 걷고 있다.
5. 편지, 그 이후
한때 우리는 매일 편지를 주고받았다.
학교 끝나고 만나기 전에도, 겨우 하루 떨어져 있을 때도.
편지는 손글씨보다도 마음의 모양을 담는 그릇 같았다.
네가 웃을 때, 울 때, 화날 때, 모든 감정이 그 종이에 담겨 있었다.
시간이 흘러 연락이 끊겼고, 편지도 멈췄다.
하지만 난 그 편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누군가를 그토록 깊이 이해하고, 이해받았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언젠가, 그 편지의 끝에 적힌 마지막 문장을 다시 꺼내 본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하자.”
우린 지키지 못했지만, 그 말만큼은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 살아 있다.
6. 별을 바라보며 약속한 것들
어린 시절, 우리는 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찰나에 말한 소원은 이뤄진다고 믿었다.
어느 여름밤, 우리는 함께 누워 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중에 어른이 돼도, 절대 변하지 말자.”
그때는 그게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데려갔고, 우리는 다른 별을 보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가끔, 별을 볼 때면 그 약속을 떠올린다.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어린 나와 너를 만나며.
별이 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이미 그 밤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좋습니다. 이어서 수필집 **《우리, 영원히 함께 가요》**의 3부: 이별 이후에도 함께를 써드릴게요.
3부. 이별 이후에도 함께
7. 할머니의 찬장
할머니 댁에는 오래된 찬장이 하나 있었다.
그 안엔 언제나 정갈하게 접시가 놓여 있었고, 꺼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을 정리하다 그 찬장을 열었다.
살짝 갈라진 그릇, 낡은 양은 국자, 그리고 한쪽 구석엔 메모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은지 좋아하는 김치 꺼내기.”
그 메모지 한 장에 눈물이 났다.
누군가의 마음은 이렇게 작은 곳에, 말없이 머물러 있구나 싶었다.
할머니는 이제 없지만, 그 찬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온기와 사랑이, 그렇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찬장을 열며, 할머니와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낀다.
8. 길 잃은 날, 너를 만났다
그날은 유난히 지치고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다.
갑작스러운 퇴사, 친구와의 다툼,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하루.
비 오는 저녁, 우산 없이 걷고 있을 때
너는 갑자기 내 발끝에 다가와 앉았다.
젖은 털, 겁 먹은 눈.
작고 떨리는 몸이 내 마음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그렇게 너를 품에 안았다.
그 후로 우리는 함께였다.
너는 나보다 먼저 나를 믿어줬고, 말없이 내 하루를 지켜줬다.
그리고 언젠가, 너는 떠났다.
내 품에 안겼던 그대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는 이제도 종종 너의 이름을 부른다.
네가 사라졌어도, 네가 내게 남겨준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날, 내가 길을 잃었을 때 너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니라 선물이었다.
9.계절이 지나도 기억되는 이름들
계절은 바뀌고, 거리도 변하고, 사람들도 떠나간다.
하지만 어떤 이름들은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내게 무언가를 남기고 갔다.
위로, 따뜻한 손길, 웃음, 혹은 아픔.
그래서 그들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잠시 그 계절로 돌아간다.
누구는 봄의 향기처럼,
누구는 여름의 햇살처럼,
또 누구는 가을의 낙엽처럼 남아 있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스쳐갔지만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고, 영원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영원히.
에필로그
우리는 많은 사람과 만나고, 함께하며, 결국 이별한다.
그러나 진심으로 연결된 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순간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며 나를 만든다.
“우리, 영원히 함께 가요.”
그 말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서로를 소중히 여긴 마음의 기록이다.
시간은 흐르고, 풍경은 달라지지만
마음 깊은 곳에 남은 그 순간들만큼은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을 덮는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도
영원히 함께 걷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