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詩 《바람에서 향기가 나던 날》
多原(다원)
2025. 5. 30. 05:56

바람에서 향기가 나던 날
차가운 계절
묵묵히 스며드는 겨울 바람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손끝이 닿는 순간
바람 끝에서 은은한 향이 흘렀다
마치 마음의 기억처럼
조용히 퍼져와
숨결 사이를 따스하게 채웠다
함께 걷던 하얀 길 위
설화들은 발 아래 조용히 피어나
누군가 오래도록 준비해둔
순결한 장식처럼
우리 앞을 밝혔고
하늘은
소리 없이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눈송이 한 점
또 한 점
서로의 어깨 위에 가만히 내려앉아
말 없는 온기를 전했다
그 순간
세상은 차가움 없이 정지했고
사랑은 말보다 먼저
피어오른 숨이었다
문득, 그런 날이
자주 머물기를 바란다
첫눈이 고요히 내리고
바람에서 향기가 흐르며
두 사람의 손이
한 계절의 온기를 나누는 그런 날
말하지 않아도
모든 감정이 전해지는
그날처럼
처음처럼
다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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