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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의 이별 - 詩(多原)

多原(다원) 2025. 4. 28. 05:31
사진출처 당진정원(영산홍 자산홍 방울철쭉 수사해당화)

그리운 4월의 산하에게
저물어 가는 4월
바람은 따스하고, 햇살은 눈부시지만
그 속에 스며든 것은 묘하게 서늘한 그리움이었다

파스텔색으로 물들던 산하의 어깨를
나는 아직 놓지 못했다

어디선가 벚꽃은 다 졌다고들 한다
나는 보지 못한 채 한 해의 봄이 지나가고
골목 담벼락에 비친 햇살은
마치 꽃잎처럼 말없이 흩날렸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봄은 늘 멀리서부터 지고 있다는 걸...

푸른 잎은 어느새 제 세상을 만들어가고
진달래는 그 색을 거두어들일 기세다
노랗던 개나리는 이미 흔적을 감췄고
4월의 들녘엔 연둣빛 숨결만 남았다

그 숨결이, 잔잔히
내 마음의 빈 들판을 스쳐 간다

나는 왜 이토록 4월을 그리워하는가
그 속에 머물렀던 찰나의 따뜻함 때문일까
언제나 스쳐가는 것들만 마음에 남아
계절은 그리움으로만 완성되는 법

파스텔색 산하여
너는 내 안에서 여전히 흐드러지는데
세상은 이미 다음 계절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너를 보내는 일은
아마도 내게 주어진 가장 조용한 슬픔일 것이다

4월아, 부디 천천히 가라
네가 머문 자리에
나는 아직 몇 줄의 시를 남기지 못했으니
그리고 산하야, 너의 빛바랜 그림자를
나는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바람이 불어온다
아직은  따뜻하고, 아직 봄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바람 끝에는, 작별의 입김이 스며있다는 것을

그러니
이 계절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너를 부른다
그리운 4월의 산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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