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여름 하늘 아래 그대를 그립니다 -多原

多原(다원) 2025. 6. 13. 09:22

 

 

詩 | 여름 하늘 아래 그대를 그립니다


매미 소리 짙은 들녘 끝
푸르른 하늘 아래 나 앉아
그대 얼굴을 그려봅니다

들바람 스치는 산길
봉숭아 피어난 담장 곁에
우리 함께 걷던 여름날의 기억이
살며시 고개를 듭니다

그대 좋아하던 옛 노래 한 곡 틀어놓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결에
그대 목소리라도 실려올까
귀 기울여 봅니다

마치 옛 시조 속 여인처럼
서로의 눈빛으로 말을 건네고
장독대 옆 나란히 앉아
해 질 무렵까지 웃던 그날들이
문득 그립습니다

눈을 뜨는 새벽이면
맑은 이슬보다 먼저 그대가 떠오르고
속삭이듯 안부를 묻습니다
"오늘도 그대, 잘 지내는지요…"

이 여름, 어느 날의 노을빛처럼
짙어지는 그리움을
진달래빛, 구름빛, 바람빛으로
내 마음에 수놓아 봅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흐르는 이 여름
나는 오늘도
조용히, 조용히
그대를 그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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