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2 | 비 오는 날의 숲길(산문집 | 오솔길에서 온 편지 중) - 多原

산문2 | 비 오는 날의 숲길
비가 오는 날, 나는 더 자주 숲을 찾는다.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지만, 나는 일부러 느릿하게 걷는다. 비는 나에게 말을 거는 자연의 목소리 같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 그러나 결코 약하지 않은.
숲길에 들어서면 흙내음이 먼저 나를 반긴다. 평소보다 더 짙고 진한 그 향기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만든다.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세상의 시계를 잠시 멈춰 세우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늦추고, 귀를 기울인다. 자연은 언제나 말이 많지 않지만, 이렇게 조용한 날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에 젖은 풀잎은 반짝이고, 나무들은 마치 긴 세월의 먼지를 씻어낸 듯 맑아진 얼굴을 하고 있다. 꽃들도 고개를 숙이며 비를 맞고 있다. 무겁고 힘들 것 같은데도, 그 모습이 참 다정하게 느껴진다. 나도 그 곁에 가만히 앉는다. 풀꽃 하나와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같이 비를 맞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가끔은 빗물이 마음 안쪽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고요하게 차오른다. 어쩌면 그건, 내가 오래전 잊고 살았던 감정들일지도 모른다. 그리움, 망설임, 다정함 같은 것들.
비는 멈추지 않고, 숲길은 더 깊어진다. 물기를 머금은 땅은 발자국을 남기고, 나는 그 흔적 속에 오늘의 기억을 묻는다. 내일이면 또 사라질 자국이지만, 그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이고, 삶의 모습 아닐까.
비 오는 숲길은 나에게 묻는다.
“너는 너의 마음을 잘 돌보고 있니?”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인다. 말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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