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詩 | 해탈, 그 끝없는 시작 - 다원
多原(다원)
2025. 6. 18. 04:50

詩 | 해탈, 그 끝없는 시작
가야 할 곳이 없다
이쯤에서 멈춰도 된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나는 알았다
멈춘 그 자리에서
또다시 길이 시작된다는 것을
해탈은 끝이 아니었다
매듭을 풀면
또 다른 매듭이 그 아래 숨어 있었다
욕망이란 것은
낡은 옷처럼 벗어도
살갗에 남아 있는
냄새 같았다
하늘은 맑았고
새들은 날았다
나는 조용히
한 송이 연꽃 앞에 앉았다
이 꽃은
어디에서 왔을까
진흙 속에서 피어났으면서
진흙의 흔적 하나 없이
맑기만 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내 안의 탁함을
조용히 껴안은 채
누군가에게는
빛 한 점으로 스며드는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완전히 벗지 못한 수행자였다
절 마당을 쓸던 그 아침처럼
나는 나를 하루에도 몇 번씩
쓸어내렸다
버리면 가벼울 줄 알았지만
가벼움 속에도 무게는 있었다
해탈이란
없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없음 속에서도 머무는 법을
배우는 것
내가 나를 내려놓는 그 순간
온 우주가 조용해졌다
들리지 않던
내면의 종소리 하나가
바람처럼 다가와
나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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