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 흔들리는 달이 더 아름답다 - 多原

詩集 | 흔들리는 달이 더 아름답다
― 바람의 무늬를 따라 걷는 시 ㅡ
목차
1. 바람의 시작
2. 안개의 품
3. 상고대의 노래
4. 바람에 실린 말들
5. 햇살의 틈
6. 나무가 된 마음
7. 물속의 달
8. 사랑은 흔들림으로 완성된다
詩1. 바람의 시작
창문을 열면
세상은 말없이 내게 다가온다.
바람 한 줄기가
가만히 이마를 스치고
나는 무심코 창가에 기대어 선다.
고요한 오후
시간은 멈추지 않았으나
그 바람 속에 머무는 감정은
오래전 편지처럼 펼쳐지고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세상의 숨결은
무엇보다 진실해진다.
그때, 나는 깨닫는다.
언제나 말보다 먼저 오는 건
바람이라는 것을.
詩2. 안개의 품
산 위에 얹힌 안개가
밤이 되자
온 마을을 조용히 감싼다.
부스럭이는 소리도
스스로 숨을 죽인다.
안개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다정하게 모든 것을 감싸 안을 뿐.
지나온 날들을 탓하지 않고
흘러온 이야기를 끊지 않으며
무심히 등을 토닥이는 밤.
그 품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용서받는 느낌을 안다.
詩3. 상고대의 노래
풀잎 끝, 가지 끝,
온몸을 하얗게 물들인 밤의 숨결.
나무는 얼었고,
꽃은 피지 않았지만
그 하얀 결정 속에
숨겨진 말들은 살아 있다.
말 대신 피어난 상고대,
그 고요한 화음은
한겨울의 마음을 품고
살아온 계절들을
되묻지 않고 받아들인다.
피지 않음도,
끝이 아님을
조용히 말해주는 노래.
詩4. 바람에 실린 말들
소문은 바람을 타고 흘러간다.
누군가의 혀끝에서 태어나
이름 없는 길 위를 헤매며
언제나 닿지 않는 곳을 향한다.
나는 바람 속에서
진실이 아닌 마음을 듣는다.
그 말들은 종종
내 어깨를 툭툭 치고
사라지지만
가끔,
가끔은 그런 말들 사이에서도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다.
그래서 나는
귀를 닫는 대신
천천히 여는 법을 배운다.
詩5. 햇살의 틈
우쭐대는 아침,
햇살은 창문 틈으로 몰래 들어와
어제의 안개 자락을 걷어낸다.
그 틈새로 나는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거닌다.
새벽의 냉기를 머금은 잎사귀는
어젯밤 바람의 무늬를 기억하고
그 기억들은 바람처럼
입을 다문 채 살아간다.
수런대는 소리,
그건 사람들의 사연이다.
너무 크지 않아서,
더욱 귀 기울이게 되는 이야기들.
햇살이 비추는 건 단지 빛이 아니다.
그 아래 고요히 놓인 마음들도 함께
눈을 뜬다.
詩6. 나무가 된 마음
속 깊은 나무들은
말이 없다.
그 침묵이 깊을수록
그 뿌리는 더 멀리 내린다.
삶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난다.
나는 종종
그 나무들 사이에서
내 마음도 가지처럼 뻗어 나가고
어느샌가
말 대신 향기를 풍기고 싶어졌다.
꽃은 피지 않아도 좋다.
그늘을 드리우는 존재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詩 7. 물속의 달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선명하고 또렷하지만
나는 늘
물속에 잠긴 달을 바라본다.
흔들리는 그 모습 속에서
나는 내가 흔들리는 이유를 배운다.
빛나는 것은 움직임 속에서 완성된다.
멈춘 것은 빛을 잃는다.
그러니 사랑도
그리움도
마음도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말 것.
달은 물결 위에서 더욱 아름답다.
너도 그러하리라.
詩8. 사랑은 흔들림으로 완성된다
내가 그리는 사랑과 꿈이
우원한 것일지라도
나는 오늘,
이 조용한 바람 속에서
그것들이 무르익기를 기다린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
멀리 있어도 흐트러지지 않는 마음,
그런 것들을 믿으며
나는 흔들림 속에 나를 맡긴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흔들림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영원히 맑게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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