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5 | 바람이 알려준 방향(오솔길에서 온 편지 중) - 多原

산문5 | 바람이 알려준 방향
나는 가끔 방향을 잃는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질 땐 어느 길이 맞는지도 모른 채 그저 걷기만 한다.
그럴 때 나는 숲으로 간다. 목적지도, 이유도 없이 그저 걷는다.
숲에 들어서면 언제나 바람이 먼저 나를 맞이한다.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며 속삭이듯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을 맞는 순간, 나는 마음의 창문 하나를 열어둔 것처럼 느껴진다. 닫아두었던 생각,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그 틈으로 천천히 흘러나간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말없이 걷고 있었고, 바람은 내 옆에서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지금 너는 어디로 가고 있니?”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람은 언제나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 막막했던 길 끝에 작은 풀꽃이 피어 있었고, 빛 한 줄기가 나무 틈으로 스며들어 있기도 했다. 혼자라고 느끼던 순간마다, 바람은 어김없이 내 곁에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알았다. 꼭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을. 때론 멈춰 서는 것도, 돌아가는 것도 길이라는 것을. 바람은 그렇게 말 없이 나를 가르쳐주었다. 방향이란 ‘찾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걸.
바람이 부는 쪽으로 잠시 걸음을 옮겨보면, 마음도 따라 움직인다. 억지로 가지 않으려 해도 된다. 마음이 머무는 곳이 길이 되는 법이니까. 바람은 어제도 오늘도 내게 그렇게 속삭이고 있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잠시 멈추고 숨을 쉬어봐.
네 마음이 가리키는 곳이 결국,
가야 할 방향이야.”
나는 이제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내 곁에는 늘 바람이 있고, 그 바람은 말없이도 길을 알려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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