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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6 | 겨울 숲의 고요(산문집 | 오솔길은 온 편지) - 多原

多原(다원) 2025. 6. 21. 01:17

산문6 | 겨울 숲의 고요


겨울이 되면 숲은 말을 줄인다.
풀잎은 시들고, 꽃은 사라지고, 나무는 잎을 내려놓는다. 마치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숲 전체가 깊은 숨을 쉬며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 조용한 숲을 찾는다. 쓸쓸할 줄 알았던 겨울의 숲은, 뜻밖에도 가장 온전한 평화를 안겨준다. 눈이 내린 날에는 발자국 소리마저도 작아지고, 세상은 온통 하얀 숨결로 가득 차 있다. 그 속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 소리까지 잠잠해진다.

겨울 숲에는 ‘비움’이라는 지혜가 있다. 봄에 피어나기 위해, 여름에 무성해지기 위해, 가을에 내려놓기 위해, 결국 겨울에는 모두가 쉬어간다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겨울 숲은 말없이 가르쳐준다.

고요는 침묵이 아니라, 더 깊은 대화다.
내면과 나누는 대화, 지나온 시간들과의 대화, 그리고 다가올 계절에 대한 속삭임. 나는 가끔 눈 덮인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 가지 안에도 다시 피어날 꿈이 잠들어 있다고. 그리고 나의 안에도 아직 녹지 않은 희망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고.

겨울 숲의 고요는 외로움을 덜어주고, 스스로와 마주할 용기를 준다. 흩어진 마음을 한곳에 모아주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단단한 평화를 길러준다.

나는 겨울 숲을 걷는 사람이다.
소란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말 없는 나무들과 나눈 고요 속에서 나를 회복하는 사람. 언젠가 이 고요가 지나면, 다시 피어날 것을 안다. 그래서 지금은 고요 속에 머문다.

하얀 나무 그림자 사이로,
오늘도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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