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까실한 마음의 길목에서 - 다원

에세이 | 까실한 마음의 길목에서
삶은 언제나 동그란 길을 따라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어김없이 흘러갔습니다. 마음 한구석엔 삿된 생각들과 작은 욕심들이 엉겨붙어 감각 없는 심령으로 무디어진 채,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문득문득 찾아왔습니다.
그 까실하고도 낯선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자조의 눈빛으로 올려다본 그 하늘은, 언제나 그렇듯 맑고 푸르러서, 순간 내 가슴 가득히 스며듭니다. 청아하게 울리는 산새들의 노랫소리는 마음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지고, 나는 고요한 위로를 받습니다.
산길을 걷다 멈춰 앉은 자리에, 작고 여린 생명들이 소리 없이 말을 건넵니다. 풀꽃 하나, 돌멩이 하나,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조차도 제 몫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작은 것들 곁에서, 그들의 선량한 숨결에 귀 기울여봅니다.
바람이 드나드는 오솔길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의 여유로움이 가슴을 씻어 줍니다. 낮고 음습한 도랑가에서조차 순결한 빛깔로 피어난 풀꽃들이 속삭이듯 들려주는 자잘한 숨소리, 고요히 흔들리는 그 모습 앞에 서면, 나도 문득 내 마음을 펼쳐보고 싶어집니다.
누추하고 불순한 것들을 훌훌 털어내고, 한 줌의 바람처럼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때로는 거칠고 팍팍하게 일렁이는 마음을 다독이며, 그 안에 잔잔함을 불러오는 묵상의 시간. 그런 시간이, 삶의 길목에서 나를 다시금 온전한 나로 돌아오게 합니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동그란 삶의 길 위에서, 다시 순한 마음을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