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산문 | 그리움은 창가에 피는 꽃 (다원)
多原(다원)
2025. 6. 24. 18:14
산문 | 그리움은 창가에 피는 꽃
꽃도, 님도,
고운 것들은 마음속에 그려 넣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저 스치듯 보고 지나치기엔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그 잔향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겨우내 잠들어 있던 사랑이
봄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퍼져옵니다.
차가웠던 계절이 혹독했던 만큼,
눈보라 몰아치던 벌판을 묵묵히 건너온 당신에게
이 계절은 얼싸안고 토닥여주는
참 다정한 위로가 됩니다.
새봄은 속삭이듯 다가옵니다.
어머니의 대지에도
곧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겠지요.
흑백의 풍경 속에 피어나는 계절의 향수는
애틋하고 따뜻한 그리움으로 펼쳐지고,
나는 문득, 말을 아끼고 싶은 날
창가에 기대어 달을 올려다봅니다.
숲에서 건너온 바람이
오래전의 기억들을 건드릴 때면
그 바람결 따라
내 유년의 날들이 아른거립니다.
그 시절,
그 창가에 몇 소절 뿌려두었던 소망이 있었습니다.
작고 여린 마음으로
이루고 싶다고, 닿고 싶다고
말없이 뿌려두었던 꿈 같은 것들이요.
지금은…
그 소망들이 너무 무성해져
혹시 다른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그런 걱정도 해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들이
외로운 이들의 가슴 한켠에서
소망의 씨앗으로 여물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누군가의 마음속에 따스한 위로가 되고
또 다른 꽃이 되어 피어나고 있을지도요.
너무 오래전의 아득한 그곳,
내 유년이 머물던 자리.
그곳은 지금도
나의 한없는 그리움이 깃든 가슴속 터전입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전해지는 그 마음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날들이
창가에 고운 빛으로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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