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산문 | 돌아가는 길에서 (다원)

多原(다원) 2025. 6. 24. 18:18

 


산문 | 돌아가는 길에서

길이란 참 이상하지요.
멀어질수록 더 가까워지고,
잊으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것.
나는 오늘도 그렇게
돌아가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묵은 풍경이 말없이 나를 알아봅니다.
담벼락에 기대 선 고목 한 그루,
귓가에 스치는 개울물 소리,
그리고 오래전 누군가의 웃음이 묻어 있는 골목 하나.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된장국처럼 구수한 저녁 연기,
쑥 내음 섞인 봄바람,
어릴 적 흙바닥을 달릴 때 느껴졌던 햇빛 냄새까지.

그 속에서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를 다시 떠올립니다.
조급하고 어리석고 때로는 서툴렀지만,
한없이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

돌아가는 길은
늘 마음을 낮추게 합니다.
그 길은 내게 묻습니다.
"너는 잘 살고 있니?"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는 걸
잊은 적은 없니?"

돌아간다는 건,
어쩌면 용서와 화해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자신을,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껴안기 위해 걷는 길.

길 끝에 닿을 즈음엔
마음속의 고요가 조금씩 자리를 잡습니다.
떠날 땐 몰랐던 그 모든 의미가
되돌아올 때 비로소 나를 감쌉니다.

돌아오는 길이 있다는 건
참 고맙고도 따뜻한 일입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나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듯한
아늑한 위로가 깃들어 있으니까요.

오늘도 나는
조용히 그 길을 걷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지나온 나를 토닥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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