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 그리움에도 꽃이 핍니다 (다원)

산문 | 그리움에도 꽃이 핍니다

그리움은
마음을 아프게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손 닿지 않는 거리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 너머에서
늘 조용히 나를 흔들어 놓는 감정.

하지만 어느 날,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움 속에서도
조용히 꽃이 피고 있다는 걸.

그 꽃은
눈에 띄지 않게 피어나
가끔은 내 하루를 멈추게 하고,
가끔은 웃음 짓게 하며,
무너진 기억 위에
부드러운 향기를 남깁니다.

오래전 헤어진 사람,
이름도 흐릿해진 풍경,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계절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내 삶의 어딘가에
잔잔한 빛이 되어 머뭅니다.

그리움은
결국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아물지 않은 마음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서,
혼자 걷는 골목길에서,
낡은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나는 가끔
그리움이라는 꽃 앞에 멈춰 섭니다.

그 꽃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아무에게도 보여지지 않고,
이름조차 없는 꽃이지만
그것은 나만의 속도로 피어나
나를 다정하게 감쌉니다.

그리고 나는,
그 그리움이 있어
삶이 조금 더 깊어졌다는 걸 압니다.

당신을 그리워했던 모든 순간,
나는 더 정직했고,
더 조용히,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그리워도,
보고 싶어도,
그 마음이 또 하나의 꽃으로 피어
내 안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오늘도 나는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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