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 해탈, 그 끝없는 시작가야 할 곳이 없다이쯤에서 멈춰도 된다고누군가는 말했지만나는 알았다멈춘 그 자리에서또다시 길이 시작된다는 것을해탈은 끝이 아니었다매듭을 풀면또 다른 매듭이 그 아래 숨어 있었다욕망이란 것은낡은 옷처럼 벗어도살갗에 남아 있는냄새 같았다하늘은 맑았고새들은 날았다나는 조용히한 송이 연꽃 앞에 앉았다이 꽃은어디에서 왔을까진흙 속에서 피어났으면서진흙의 흔적 하나 없이맑기만 했다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내 안의 탁함을조용히 껴안은 채누군가에게는빛 한 점으로 스며드는사람이고 싶었다하지만 나는 아직완전히 벗지 못한 수행자였다절 마당을 쓸던 그 아침처럼나는 나를 하루에도 몇 번씩쓸어내렸다버리면 가벼울 줄 알았지만가벼움 속에도 무게는 있었다해탈이란없음을 아는 것이 아니라없음 속에서도 머무는 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