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사색을 찾아서, 사랑을 찾아서》 - 多原

多原(다원) 2025. 5. 29. 05:36


사진출처 당진전원(복분자꽃)

詩 | 사색을 찾아서, 사랑을 찾아서


자, 또 떠나보자
먼지가 얹힌 창가를 열듯
천천히 마음을 여는 아침처럼
바람 부는 어느 길모퉁이에서
가만히, 다시 걸음을 내디뎌보자

사색을 찾아서
흙 냄새 어린 숲으로 들어가자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고
그 틈새로 나를 오래 바라보던
잊힌 생각들이 다시 피어난다

말없이 흘러가는 구름 하나에도
내가 묻혀 있었음을
적막한 강물 속 고요한 파문처럼
내가 나를 잊고 있었음을
문득, 문득 느끼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묻는다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못한 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이 조용한 울림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길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어깨를 쓰다듬듯
한 걸음 옆으로 공간을 내줄 뿐
그래서 더욱 걷게 된다
마음 깊은 곳에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것들을 찾아

그리고, 사랑을 찾아서
가장 조용한 눈빛을 가진 마을로 향한다
낡은 돌담 아래 작은 꽃이 피어 있듯
사랑은 소리 없이 피어 있는 것임을
그제야 나는 알아차린다

손끝에 스친 온기 하나가
기억보다 깊은 진실이 될 때가 있고
서툰 말 한마디가
오래 품은 용서가 되기도 하니
사랑은 끝이 아니라
머무름이라는 걸 믿게 된다

나는 기다리지 않으면서 기다리고
잊으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잊지 못한다
그런 사랑이
지금도 누군가의 창가에
노을처럼 앉아 있을 것이다

자, 또 떠나보자
사색을 찾아서
내 안의 말없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랑을 찾아서
한 사람의 하루에 다정한 여백이 되기 위해

길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길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하루의 고요와 사람의 따뜻함을
천천히 배워가는 것이다

지금 이 발걸음
그저 걷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당신과 함께, 그렇게
또 떠나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