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기억의 마당에 햇살이 내려앉다
📚 목차
1. 마당에 햇살이 내려앉다
2. 감잎 하나의 이야기
3. 기억의 뜨락에서
4. 여전히 살아 있는 너
5. 너 없는 마당
6. 시간의 틈
7. 느리게 사라지는 것들
8. 저녁이 오면
9. 소리없이
✍️ 시집 | 기억의 마당에 햇살이 내려앉다
1. 마당에 햇살이 내려앉다
기억은 늘
햇살이 내려앉는 마당처럼 조용하다
아무 말 없이
빛과 그림자가 나란히 눕는다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
반쯤 열린 창문 틈에서
오래된 시간이 불어온다
2. 감잎 하나의 이야기
그날도 바람이 불었지
감나무 가지 끝에
마지막 하나 남은 감잎
떨어지지 않으려
끝내 붙들고 있었던
누군가의 마음 같아서
나는 그 잎을
조심히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3. 기억의 뜨락에서
나는 그 기억의 뜨락에서
한없이 머물고 싶다
시간이 닿지 않는 그 구석
네가 나를 부르던 목소리
따뜻하게 다가오는 발소리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지금도 저기
커튼 사이로 바람처럼 살아 있는 듯한
그날의 너
4. 여전히 살아 있는 너
모든 건 사라졌는데
너는 사라지지 않았다
낙엽 진 자리마다
너의 숨결이 묻어나고
텅 빈 오후 햇살 속에서도
네가 불러 주던 내 이름이
조용히 살아 숨 쉰다
기억이 아니라
너는 지금도 나와 있다
5. 너 없는 마당
너 없는 마당은
햇살도
바람도
숨을 죽인다
그늘진 나무 아래
네가 앉던 자리엔
감잎만 겹겹이 쌓이고
나는 말없이
그 위를 걷는다
사라지지 않는 발자국처럼
6. 시간의 틈
기억은 틈이다
시간이 조용히
새어 나가는
그 틈 사이로
나는 종종
너를 들여다본다
흘러간 것이 아니라
숨어 있는 듯
아직 거기 있는 너
7. 느리게 사라지는 것들
먼지처럼
햇살 속에서 떠다니는 기억
말하지 못한 인사
건네지 못한 미소가
조금씩 바래진다
하지만 느리다
정말 느리다
너는 아주 오래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8. 저녁이 오면
저녁이 오면
모든 것이 느려진다.
발소리도
빛도
기억도
그 속에서 나는
네가 돌아오는 상상을 한다
길어진 그림자 속으로
너의 발자국이
조용히 스며드는 듯한 저녁
9. 소리 없이
네가 떠나던 날
아무 말도 없었다
바람만 불었고
마당 구석에 떨어진 감잎 하나가
바스락 소릴 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나를 더 무너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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