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 | 마음의 머무는 곳
사람은 늘
어딘가를 떠나며 살아갑니다.
장소를 떠나고, 사람을 떠나고,
어떤 시절과 감정을 뒤로한 채
또 다른 내일로 걸어갑니다.
하지만 몸은 떠나도
마음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 때가 있습니다.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는 한 장면,
그 사람이 웃던 표정 하나,
계절의 빛깔 속에 숨어 있는
작은 기억 하나.
그곳은
이미 지나간 풍경이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그 앞에서 멈춰 서 있습니다.
나는 가끔
그 마음의 자리를 찾아 돌아가곤 합니다.
사진 속 장면도,
지도로 찾아갈 수 있는 장소도 아닌
오직 내 안에만 남아 있는 그곳.
거기에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당신이 있고,
설레며 떨렸던 내 첫 마음이 있고,
끝내 하지 못했던 말들이
바람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그 마음의 머무는 곳은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곳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의 나로 서 있을 수 있었고,
그때의 감정이 남긴 잔향이
여전히 나를 다정하게 감싸줍니다.
누군가 내게 묻습니다.
“그 사람은 잊었나요?”
나는 조용히 웃습니다.
잊은 것이 아니라
놓아주었고,
그 마음은 여전히
내 안의 한 자리에
조용히, 평화롭게 머물러 있다고.
사람은 떠나도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 마음은
언젠가 스스로 쉴 곳을 찾아
조용히 자리를 잡고,
그 자리는
결국, 나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풍경이 됩니다.
그대는
어디에 마음을 머물고 있나요.
혹시 나의 마음에도
잠시 머무는 자리를 두고 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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