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산문 | 들길, 마음이 먼저 걷는 길

多原(다원) 2025. 7. 4. 08:52


산문 | 들길, 마음이 먼저 걷는 길

들길을 걷는다는 것은
세상의 가장 조용한 곳에서, 가장 깊은 내면으로 향하는 일이다

먼 길을 떠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들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먼저 도착해 있다
지친 하루의 끝자락에서, 이유 모를 슬픔이 목에 걸릴 때면
나는 이 길을 찾는다. 누가 닦은 것도, 꾸민 것도 아니지만
이 길은 언제나 나를 기다려 준다

들길은 특별한 풍경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가끔은 지나가는 나비 한 마리와
마른 바람 한 줄기뿐이다
그런데도, 들길은 이상하리만큼 위로가 된다

내가 말을 걸지 않아도, 들길은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다
조용한 침묵으로 내 마음을 안아주는 길
때론 눈물이 저절로 나는 날에도
이 길은 묻지 않고 받아준다

들길에선 누구도 다투지 않는다
먼저 피려고 애쓰는 꽃도 없고
누구보다 먼저 앞서가려는 나무도 없다
모두가 제 속도대로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지킨다
나는 그 풍경에서 삶의 진실을 본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삶은 거창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게 닿은 한적한 들길에서
우리는 가장 고요하고 순한 삶의 얼굴을 만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다정하다.

그래서 나는 또 들길을 걷는다
오늘도, 내일도
누군가의 위로 없이도
이 길 하나면, 괜찮을 것 같아서
마음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그 따뜻한 조용함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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