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 이별에도 온기가 남는다 (多原)

산문 | 이별에도 온기가 남는다

이별은 늘 차갑게만 느껴졌습니다.
등을 돌린 순간,
문이 닫히고,
말이 끊기고,
더는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서
마음은 얼어붙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이별이
차가움만을 남기는 건 아니라는 것을.

함께 웃었던 기억,
밤늦도록 나눈 이야기,
서툴렀지만 진심이었던 마음들.
그 모든 것이
헤어진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리움보다 더 오래 남은 건
그 사람이 내게 머물렀던 시간의 따뜻함이었습니다.
때론 문득 떠오르는 표정 하나,
고요히 스며드는 눈빛 하나가
지친 하루를 조용히 감싸주곤 했습니다.

우리가 다툴 때도,
멀어질 때도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은 아직
어딘가에 온기로 남아 있다는 걸.

어쩌면 이별이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놓아두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멀리 떠나보냈지만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따뜻함은
내가 살아가는 어느 날의 위로가 되고,
그 사람과 함께한 계절은
지금의 나를 만든 한 조각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이젠
이별이 꼭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당신과 나눈 온기가
내 안에 남아 있기에—
그 온기로 나는
오늘도 조금은 더 다정해질 수 있습니다.

이별에도
온기가 남는다는 걸
지금의 나는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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