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 - 詩(多原)

多原(다원) 2025. 5. 11. 03:40

봄의 끝자락(|) - 詩(多原)

꽃잎이 다 지고 나서야
그대의 향기를 알았습니다

바람은 더 이상 분홍을 실지 못하고
가지 끝엔 초록만 남았지만
문득, 하늘 아래 흩날리던 순간들이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지나간 봄은 소리 없이 물러가고
한 줌 햇살마저 여름을 예고하지만
나는 아직
그날의 잔향 속에 머물고 싶습니다

꽃잎이 떨어졌다는 건
피어났던 기억이 있다는 뜻
사라졌다는 건
분명히 머물렀던 순간이 있다는 것

안녕, 봄이여
다음에 다시 올 너를 위해
나는 오늘을 조용히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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