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의 연습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단지, 사라짐에 익숙해진다
한 사람씩, 한 계절씩
의미 없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품은 채 사라진다
처음엔 그저 슬펐고
그 다음엔 조금은 아팠고
지금은
잠잠히 바라본다
잃는다는 것은
무너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낡은 시간의 껍질을 벗고
조금 더 깊은 나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운다
부재를 통해 존재를
침묵을 통해 목소리를
끝을 통해 시작을
운명처럼 지나간 얼굴들이 있다
그들이 내 안에 남긴 건
추억이 아니라 구조다
나는 그 이별들의 모양대로
조금씩 변하고
조금씩 견고해진다
모든 이별이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모든 이별은
필연의 흔적이다
잃어간다는 건
결국 삶의 방식이다
집착을 내려놓고,
슬픔을 간직한 채로 살아내는...
그리고 언젠가
모든 사라짐이 끝나는 그 날
나는 묻지 않을 것이다
왜 떠났는지를
다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나는 너를 통해 나를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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