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바깥에서 부르는 이름 하나 - 詩(多原)

多原(다원) 2025. 4. 24. 14:51

어머니
오늘 밤은 이상할 만큼 고요해요

모든 소리는 스스로를 지우듯 사라지고
어둠은, 마치 오래된 상처처럼
내 안에 깊게 내려앉고 있어요

가끔 생각해요
당신이 떠난 그날
하늘 어딘가에서 별 하나가
자기 자리를 벗어난 건 아닐까

운명을 거슬러 나에게 돌아오려다
빛이 되어 흩어진 건 아닐까

어머니
이제 나는 시간의 흐름을 믿지 않아요
시계는 앞으로 가지만
기억은 늘 뒤를 걸어요

당신의 마지막 숨결이 담긴 공기만은
아직도 내 방 안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어요

밤마다 나는
별들을 헤아리며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이름이란, 얼마나 무력하면서도
어떤 밤엔 우주를 울릴 만큼
무거운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별들은 왜 저렇게 고요할까요?
그건 아마도
말이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우리의 울음을 오래 지켜보았기 때문이겠죠

어머니
이제 나는 기도 대신 기다림을 배워요

빛이 한 사람의 이름을 품은 채
몇 천 년을 떠돌 수 있다면
당신도 언젠가 나를 찾아
다시 별이 되어 떨어질 수 있겠지요?

그때 나는 두 손을 펴
당신을 받들 거예요.
눈물이 아니라
가장 조용한 숨으로 당신을 맞이할 거예요

어머니
당신은 이 밤의 중심에서
지금도 나를 보고 있나요?
나를 다 잊고도
내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만은
기억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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