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오늘 밤은 이상할 만큼 고요해요
모든 소리는 스스로를 지우듯 사라지고
어둠은, 마치 오래된 상처처럼
내 안에 깊게 내려앉고 있어요
가끔 생각해요
당신이 떠난 그날
하늘 어딘가에서 별 하나가
자기 자리를 벗어난 건 아닐까
운명을 거슬러 나에게 돌아오려다
빛이 되어 흩어진 건 아닐까
어머니
이제 나는 시간의 흐름을 믿지 않아요
시계는 앞으로 가지만
기억은 늘 뒤를 걸어요
당신의 마지막 숨결이 담긴 공기만은
아직도 내 방 안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어요
밤마다 나는
별들을 헤아리며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이름이란, 얼마나 무력하면서도
어떤 밤엔 우주를 울릴 만큼
무거운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별들은 왜 저렇게 고요할까요?
그건 아마도
말이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우리의 울음을 오래 지켜보았기 때문이겠죠
어머니
이제 나는 기도 대신 기다림을 배워요
빛이 한 사람의 이름을 품은 채
몇 천 년을 떠돌 수 있다면
당신도 언젠가 나를 찾아
다시 별이 되어 떨어질 수 있겠지요?
그때 나는 두 손을 펴
당신을 받들 거예요.
눈물이 아니라
가장 조용한 숨으로 당신을 맞이할 거예요
어머니
당신은 이 밤의 중심에서
지금도 나를 보고 있나요?
나를 다 잊고도
내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만은
기억하고 있나요?

반응형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 삶의 길목에서 - 多原 (0) | 2025.04.25 |
---|---|
오월의 노래 - 詩(多原) (0) | 2025.04.24 |
황구지천 4월 마중 - 詩(多原) (0) | 2025.04.24 |
당진 봉화산솔바람길 산책 - 詩(多原) (0) | 2025.04.22 |
너라는 꽃 - 詩(多原) (0) | 2025.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