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이 오면
세상은 어느새 연두빛으로 물들고
바람은 조금 더 따뜻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제 마음 속엔 오래된 이름이 떠오릅니다
‘부모님’
이 두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엔 몰랐어요
당연하듯 밥이 차려져 있고
내 옷이 깨끗하게 개켜져 있는 이유를...
그 작은 손과 큰 손이
하루의 대부분을 내게 쏟고 있었음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품은 언제나 봄이었어요
울다가도 안기면 금세 괜찮아졌고
작은 일에도 손을 꼭 잡아주던 그 손길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이불 같았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눈길 속에서
저는 매일 자라고 있었어요
아버지
말은 적었지만
당신의 등은 늘 많은 말을 했습니다
매일같이 지친 몸으로 돌아오시면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으셨던 이유
그건 아마도 저희를 위해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고 계셨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그 사랑을
때로는 당연히, 때로는 모르고
그저 받고만 자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조금은 늦은 이 마음을
글로라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당신의 웃음은 제 하루를 밝히는 빛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당신의 침묵은 제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었습니다
오월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분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의 달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작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어 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수원 칠보산
반응형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스텔색, 4월아 - 詩(多原) (0) | 2025.04.26 |
---|---|
詩 | 삶의 길목에서 - 多原 (0) | 2025.04.25 |
시간의 바깥에서 부르는 이름 하나 - 詩(多原) (0) | 2025.04.24 |
황구지천 4월 마중 - 詩(多原) (0) | 2025.04.24 |
당진 봉화산솔바람길 산책 - 詩(多原) (0) | 2025.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