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 사랑이 머무는 자리 (多原)

산문 | 사랑이 머무는 자리

사랑은 언제나 머물고 싶은 자리를 스스로 찾아옵니다.
소란스러운 곳엔 잠시 들르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고,
고요한 마음 한편, 그늘과 햇살이 함께 어우러진 자리엔
조용히 앉아 하루를 머물다
영원을 살고 가기도 하죠.

당신이 내게 왔을 때,
나는 몰랐어요.
그날이 그리움의 시작이 아니라
머물러야 할 사랑의 자리라는 걸요.

내 안에 당신이 머물기 시작하면서
사소했던 일상이 조금씩 변해갔어요.
따뜻한 말을 고르고,
당신이 좋아할 향을 기억하고,
당신의 하루에 조심스레 스며들고 싶어졌죠.

그건 아마,
사랑이 내 안에서 천천히 자라났기 때문일 거예요.

사랑이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잠시 스친 손끝의 온기로,
또는 하루의 끝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충분히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당신이 머물고 있는 내 마음은
작은 꽃밭 같아요.
매일 가꿔야 더 예쁘게 피어나고
소홀히 하면 금세 시들어버리는
그런 마음의 정원.

사랑이 머무는 자리는
늘 조심스럽고,
또 한없이 다정해야 해요.

지금도 문득 생각해요.
당신이 내 마음에 머문다는 것이
어쩌면 기적이 아닐까 하고요.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수많은 날들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따뜻한 자리를 하나씩 내어주었잖아요.

사랑이 머무는 그 자리가
바로 당신이 있고,
내가 있는 이곳이라면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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