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하늘 한 조각 마음에 담다
살다 보면 마음이 자꾸만 거칠어집니다. 사소한 말에 상처받고, 작은 욕망에도 쉽게 휘둘리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지요. 오늘 하루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까슬까슬하게 일어서는 날. 사람과의 말 한마디, 스쳐 가는 감정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무엇 하나 마음에 차지 않는 그런 날 말입니다.
그럴 땐 어김없이 산을 찾습니다. 길지 않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이따금 산새들이 청아한 소리로 마음을 씻어줍니다. 눈에 보이는 건 별 것 아닌데, 그 별 것 아닌 것들이 어느새 마음을 물들입니다.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살, 도랑가에 피어난 작은 풀꽃 하나에도 선량한 기운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풀꽃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노라면 그저 고요합니다. 말 없는 풀잎들이 조용히 속삭입니다. ‘너는 너무 서둘러 살아가는 건 아니냐’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내 안에 삿된 생각과 조급함이, 경쟁과 비교가 자꾸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고, 마음은 점점 무뎌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맑고 투명한 하늘이 가슴 한가득 밀려옵니다. 그렇게 투명하고도 깊은 하늘 앞에 서면, 내 마음도 조금씩 정화되는 듯합니다. 누추하고 불순한 것들을 털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그렇게 고요한 산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려놓음’을 배웁니다.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상처받고, 또 상처를 줍니다. 그럴 때마다 삶은 점점 까칠해지고, 마음은 팍팍해집니다. 하지만 자연은 말없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나보다 더 작은 생명들이 더 고요하게 존재하며 그 자리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나도 나의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 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치고, 아프고, 흔들리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묵상하며 마음을 다듬는 일. 그렇게 오늘도 나는 그 까실한 나를 위하여, 고요한 자연 앞에 서봅니다. 그리고 다시 다짐합니다. 조금 더 순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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