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조용히 스며드는 삶
살아가는 세상에 바람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어디엔가 스치고, 흔들고, 이내 지나쳐 가는 바람. 오늘도 나는 그 바람에 조용히 흔들립니다. 서성이는 나의 마음 한켠을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 바람은 무언가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많은 것을 전하고 가는 듯합니다.
햇살을 가득 문 나뭇가지 위로 바람이 소슬대며 지나갑니다. 가지는 잠시 떨리다 이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나는 그 움직임을 바라보며 문득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뿌리 뽑히지 않고,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 그것이면 족하다고.
구름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은 눈부시지만, 그 안쪽 어딘가에는 찢긴 날개의 흔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도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 상처들이 있겠지요.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아픔들. 관념이 지향을 잃으면 삶은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나도 목소리를 내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나만의 색으로, 나만의 울림으로 세상에 자국을 남기겠다고. 그러나 이제는, 그 다짐 위에 고요를 얹고 싶습니다.
나는 맹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극도, 냄새도, 뒷맛도 남기지 않는 삶. 흘러가는 대로, 부딪히지 않고 스며드는 대로 살아가는 물처럼. 누군가에겐 기억조차 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굳이 무엇을 남기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지, 어느 한 선한 강물의 모퉁이에 다다라 조용히 스며들 수 있다면. 나라는 이름조차 잊혀지는 그 순간에도 맑은 흐름이 남아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살아간다는 건 바람처럼 스치며 지나가는 일입니다. 하지만 물처럼 스며들며 살아가는 일도 있습니다. 나는 그 둘 사이, 아주 얇은 틈에서 맹물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바람이 휘몰아쳐도 스며드는 물은 언제나 길을 찾아 흘러가듯, 나도 나의 길을 그렇게 고요히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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