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물들다 - 하루를 물들이는 순간들의 찬란한 조각들
하루는 언제나 조용한 떨림으로 시작된다. 고요한 새벽, 아직 어둠이 머무는 창가 너머로 살며시 스며드는 두근거림. 그 설렘은 마치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의 가슴처럼, 알 수 없는 기대와 긴장으로 고요한 새벽 공기를 물들인다. 세상이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 그 떨림은 나만의 시간 속에서 천천히 퍼져간다.
이른 아침, 하늘 아래 이슬 맺힌 풀잎 위로 햇살이 내려앉으면 세상은 싱그러운 상큼함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 모금 숨을 들이쉬기만 해도 온몸이 맑아지는 느낌. 어제의 무게는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운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이 맑고 투명한 시작이 하루의 색을 밝게 채색한다.
낮이 깊어지고, 햇살은 점점 더 따사로운 온기로 스며든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 한 줄기마저도 햇살처럼 포근하다. 마음속 굳은살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나는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게 햇살은 나를 안아주며, 내 안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저녁. 칠보산 너머로 물드는 노을은 하루의 끝을 향한 장대한 마무리다. 붉게 번지는 하늘 아래, 하루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누군가의 미소, 우연히 마주친 풍경, 지나온 시간들… 그 모든 것이 울렁이는 그리움이 되어 노을에 스며든다. 오늘도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으로 저물어간다.
밤은 어둠을 품고 내려오지만, 그 속에서도 별빛은 고요히 빛난다. 수많은 별들 중 나를 바라보는 한 줄기 빛이 있다고 믿으며, 나는 그 작은 빛 하나에 위로를 받고 다시 꿈을 꾼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지막한 희망의 속삭임이 별빛을 타고 내 마음에 닿는다.
이렇듯 하루는 다채로운 빛으로 나를 물들인다. 새벽의 떨림에서 시작해, 아침의 상큼함, 낮의 따스함, 저녁의 그리움, 밤의 별빛까지. 하루는 순간순간 나를 스쳐가며 나만의 색으로 나를 채색해간다. 그리고 그 모든 물듦이 모여 오늘이라는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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