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지천을 거닐며 - 詩(多原)

多原(다원) 2025. 4. 14. 21:25

 

어둠이 내리는  황구지천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닐며
하루의 무게를 벗어갑니다

한 줄기 바람이 스쳐 가듯
생각도 고요히 스쳐 지나갑니다

소중한 인연들
그 얼굴들
그들 곁에서 내가 무심코 남긴
상처 하나 떠올립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
내가 흘린 작은 모래알이
누군가의 마음엔
바위처럼 무거웠을지 모른다는 걸
이제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 또한
속울음을 삼키며 걷던 길들이 있었지요

겉으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었지만
내면엔 깊은 파문이 퍼지던 날들
그런 날들이 나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지구가 받은 상처가
깊은 계곡이 되고
거친 절벽이 되고
아름다운 능선이 되었듯
내 마음의 상흔들도
시간 속 무늬 되어 나를 이룹니다

바람이 아무리 거세어도
꽃은 때를 잊지 않고 피어나고
하늘이 아무리 어두워도
별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듯
내 안의 빛 또한 잊지 않으렵니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봅니다

수많은 별들이
고요한 속삭임으로 반짝입니다

변함없이 우리의 머리 위에 머물고
우리 마음에 자리를 내어주는 그 하늘처럼
나도 내 마음 한편에
넉넉하고 깊은
하늘 같은 마음 하나 들여야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쉴 그늘이 되고
누군가의 고요한 밤이 되어줄 수 있도록
그 마음, 지켜야겠습니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깃불 - 詩(多原)  (2) 2025.04.15
숭고한 사랑 - 詩(多原)  (0) 2025.04.14
황구지천 산책길 - 多原(다원)  (2) 2025.04.13
꽃비 내리는 날 - 詩(多原)  (0) 2025.04.12
전원의 삶 - 多原(다원)  (0) 2025.04.12